Porcelain skin

with  Dowonjungkim 

'사람의 피부에 왜 도자기라는 수사가 붙게 되었을까?'


소르아의 첫번째 메시지는 정김도원 작가와 함께한 [Porcelain Skin; 도자기같은 피부] 입니다.  


소르아의 질문 '사람의 피부에 왜 도자기라는 수사가 붙게 되었을까?'와  흙보다 더 지속 가능한 재료인 달걀 껍질, 콩, 한천 등으로 도자를 만드는 작가 정김도원이 만나 매끄럽지 않은 결과물이 되었습니다.

film & Photography

Studio Sorra 


 Biomaterial artist

Dowon JungKim


Hair & make up artist

Wisdom Bae


Prologue text

Damin Yee

매끄러움에 관하여


나는 때로 내 피부를 벗겨내고 싶었다. 여드름 흉터 자국에 큰 모공, 거친 피부결을 가진 나는 영화나 만화 속 주인공들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는 매끄러운 얼굴이 죽도록 부러웠다. 얼마나 부러웠냐면 내 피부를 통째로 벗겨내서 갈아 끼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피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한 줄의 문장만으로(“그녀는 도자기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티 없는 피부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리고 영원히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그 완전무결함은 정말 쉬워 보였다. 그게 문제였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매끄러움을 절대 아무렇지 않게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드름 흉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형광등 조명을 일부러 피해 앉았고 프라이머를 꼼꼼히 발라야 했으며 때로는 아니 생각보다 자주 포토샵의 힘을 빌려야 했다. 스크린 속의 납작한 얼굴들처럼 매끈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매끄러움은 분명 매력적이다. 우리가 그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나는 당신이 그런 매끄러움에 매료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완전무결하고 영속적인 매끄러움은 언제나 갈구되어 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매끄러움이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미학자 수전 피건(Susan Feagin)은 예술작품이 오랫동안 물질성을 갖지 않는 대상, 즉 오로지 외양만을 갖는 존재로 여겨졌다고 말한다. 실로, 예술작품들은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물질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질감도 무게도 갖지 않고 단지 아름다움만을 아무렇지 않게 가진다. 나는 이 사실이 우리가 예술작품을 사랑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술작품들이 보여주는 매끄러운 아름다움은 우리가 더럽고 거칠고 때로 질척거리거나 냄새 나는 물질적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다. 


 그러한 망각이 우리에게 분명 위안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위안이 약간의 기만을 포함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은 사실,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 아무렇지 않게 물질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예술가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는 우리 모두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직시하게 만든다. 그의 <천년(A Thousand Years)>은 투명한 관 안에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떼를 넣어 만든 작품이다. 구더기에서 태어난 파리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썩어가는 소머리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 소머리 위에는 벌레잡이용 감전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소머리를 향했던 파리들은 이내 이 장치로 인해 죽음을 맞는다.


 ‘천년’이라는 단어는 완벽한 영속을 보장할 것 같은 깨끗한 울림을 갖지만, 이 작품은 그 ‘천년’이 사실 끊임없는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지저분한 썩어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 준다. 매끄러운 영속성은 환상이며 ‘천년’이라는 한 마디 말로 아무렇지 않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이 작품이 전혀 아름답지 않아도 예술일 수 있는 이유이다. 예술의 목적이 단순히 보기 좋은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것에 있지 않고 우리의 보편적인 부분을 들춰내는 것에 있기도 하다면 <천년>은 그 목적을 분명히 달성한다. 그것은 영원하지 않음이, 더 나아가서 더러워지고 거칠어지고 부패하는 것이 우리의 본령임을 보여준다. 


 당신은 어쩌면 그걸 누가 모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우리가 물질로 되어 있고 썩어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형광등 빛을 피하고 어플로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 때마다 나는 우리 모두가 분명히 아는 그 사실을 모른 척하고 싶어 했고, 더 나아가서 숨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우리가 매끄러움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고 ‘Love myself’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영원한 매끄러움을 원하고 그런 욕망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욕망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그런 생각을 통해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욕망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지도 모르니까.



 이다민 (미학 연구자)


[ message01; Porcelain Skin ] 소르아 메시지의 탄생과 고민

소르아 페이퍼 001 ; 소르아 웨딩, 그리고 스튜디오 소르아의 도자기같은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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